혹시 교회 서점이나 일반 서점에서 성경을 사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개역개정, 새번역, NIV... 번역만 다를 뿐 모두 똑같이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66권으로 이루어진 성경들이죠. 마치 처음부터 이 책들이 한 세트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잠깐, 정말 성경은 처음부터 66권 이였을까요?

만약 기원전 500년경 예루살렘에 살던 경건한 유대인이 "오늘은 성경 좀 읽어볼까?"라고 생각했다면, 과연 어떤 책들을 펼쳐들었을까요? 그때도 지금처럼 66권이 한 묶음으로 되어 있었을까요? 아니면 애초에 '성경'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했을까요?
이런 질문들이 바로 우리가 앞으로 함께 탐험할 '성경 정경화' 이야기의 시작점입니다.
기원전 586년, 바빌론군이 예루살렘을 함락시키던 그날. 솔로몬 성전이 불타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던 유대인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그들은 건물만 잃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성전 안에 보관되어 있던 수많은 두루마리들—조상들로부터 전해 내려온 소중한 하나님의 말씀들이 함께 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양피지에 정성스럽게 기록된 모세의 율법서들, 다윗과 아삽의 시편들, 이사야와 예레미야의 예언서들... 이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절망적인 순간이 오히려 성경 형성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구전에서 문서로: 최초의 기록들
기원전 시대 유대인들에게 '성경'은 점진적으로 형성된 개념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권위를 인정받은 것은 토라(Torah), 즉 모세오경이었죠. 구약학자들은 현재 우리가 아는 형태의 모세오경이 기원전 5-6세기경 최종 편집되었다고 봅니다.
특히 바빌론 포로기(기원전 586-538년)는 결정적 시기였습니다. 고향을 잃고 이방땅에 흩어진 유대인들에게는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했거든요. 성전도, 제사도, 왕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붙잡은 것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삼중 구조: 토라, 네비임, 케투빔
유대교 전통에서는 성경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부릅니다:
- 토라(Torah, 율법서): 창세기부터 신명기까지 모세오경. 기원전 5세기경 에스라 시대에 최종 정리되었으며, 가장 먼저 '성경'으로 인정받았습니다.
- 네비임(Nevi'im, 예언서): 전기 예언서(여호수아, 사사기, 사무엘서, 열왕기)와 후기 예언서(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12소예언서)로 구성. 대략 기원전 3-2세기경 정경으로 자리잡았습니다.
- 케투빔(Ketuvim, 성문서): 시편, 잠언, 욥기 등 나머지 문서들. 가장 늦게 정경화되어 기원후에도 일부 논의가 계속되었습니다.
이 세 부분의 첫 글자를 따서 'TNK', 즉 '타나크(Tanakh)'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유대교의 성경입니다.
70인역의 등장과 영향
기원전 3세기경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는 획기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히브리어 성경을 그리스어로 번역하는 대역사가 시작된 것이죠. 이것이 바로 70인역(Septuagint, LXX)입니다.
70인역은 단순한 번역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헬라어를 사용하는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에게는 성경을 읽을 수 있게 해주었고, 후에 초대교회에서는 이 70인역이 신약성경 기자들의 주요 텍스트가 되었거든요. 실제로 신약성경에 인용된 구약 구절들 대부분이 70인역을 따르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원후 1세기. 예수님과 사도들이 활동하던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회당에서 토라 두루마리를 펼치며 성경을 봉독하는 모습, 바울이 회당에서 "성경에 기록된 바와 같이"라고 말하며 예수님에 대해 증명하던 모습들...
그들에게 '성경'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그 경계와 내용은 지금 우리가 아는 것과는 여전히 달랐죠.
어떠셨나요? 생각보다 복잡하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성경이 사실은 수백 년에 걸친 긴 여정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경이롭지 않나요?
기원전 시대의 성경은 지금과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토라를 중심으로 점차 예언서와 성문서가 더해지면서 '거룩한 책들'의 모음집이 형성되어 갔죠. 70인역의 등장은 성경이 히브리어라는 언어적 경계를 넘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고요.
그렇다면 예수님과 사도들은 어떤 성경을 보고 있었을까요? 신약시대에는 구약 정경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예수님의 말씀과 사도들의 편지들은 언제부터 '성경'이라고 불리기 시작했을까요?
다음 편 "예수님과 사도들 당대의 성경?"에서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궁금한 점이나 더 알고 싶은 내용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 편 예고: "예수님과 사도들 당대의 성경?" - 1세기 팔레스타인의 성경 환경과 신약성경의 탄생 배경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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