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타고 공의회의 마지막 결정 - 27권이 확정되기까지
397년 5월, 카르타고 - 운명을 가를 마지막 밤
북아프리카의 따뜻한 바람이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5월 어느 저녁, 카르타고 대성당의 회의실에는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아프리카 교구의 주교들 40여 명이 둥그렇게 앉아 있었고, 테이블 중앙에는 여러 권의 두루마리가 놓여 있었어요.
"형제들이여,"
카르타고의 아우렐리우스 주교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내릴 결정은 교회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과연 어떤 책들이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성경인가?"
회의실 한편에 앉은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는 이미 4년 전 히포 공의회에서 신약 27권을 제안했지만, 여전히 일부 책들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지난 200년간 우리 교회는 마르키온의 도전을 받았고, 수많은 위경들의 혼란을 겪었습니다,"
아우렐리우스가 계속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오늘 밤, 우리는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히브리서 - "바울의 글인가, 아닌가?"
첫 번째 논쟁은 히브리서를 두고 벌어졌습니다.
"히브리서부터 논의하겠습니다,"
서기관이 두루마리를 펼치며 말했습니다.
"이 책을 바울 서신에 포함시킬지 여부입니다."
한 주교가 손을 들었어요.
"형제들이여, 이 책의 그리스어는 너무 세련됩니다. 바울의 다른 편지들과 문체가 완전히 달라요. 게다가 저자가 자신을 사도라고 소개하지도 않습니다."
다른 주교가 동조했습니다.
"맞습니다. 바울은 항상 '사도 바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히브리서는 그렇지 않아요. 정말 바울이 쓴 게 맞습니까?"
이때 알렉산드리아에서 온 사절이 일어났어요.
"동방교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히브리서를 바울의 작품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오리게네스 선생님은 '사상은 바울의 것이고, 문체는 제자의 것'이라고 하셨죠."
아우구스티누스가 천천히 일어났습니다.
"형제들이여, 저자가 누구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는 히브리서 두루마리를 집어 들었어요.
"이 책만큼 그리스도의 대제사장 되심을 명확하게 설명한 글이 또 있습니까? '그러므로 자기를 힘입어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들을 온전히 구원하실 수 있으니 이는 그가 항상 살아계셔서 그들을 위하여 간구하심이라'(히7:25)"
그의 목소리에 확신이 묻어났습니다.
"구약의 제사 제도와 그리스도의 완전한 제사를 이토록 논리적으로 설명한 글이 있습니까? 저자가 바울이든 아니든, 이 책은 분명히 성령의 영감을 받았습니다."
젊은 주교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그럼 바울 서신으로 분류해야 할까요, 아니면 별도로 분류해야 할까요?"
아우구스티누스가 미소지었습니다.
"바울 서신에 포함시키되, 다른 13권과는 구별하여 마지막에 놓으면 됩니다. 그러면 바울적 전통을 인정하면서도 특별한 지위를 부여할 수 있어요."
대부분의 주교들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히브리서는 이렇게 정경에 포함되었어요.
야고보서 - "행함이냐 믿음이냐"
두 번째 논쟁은 더욱 치열했습니다.
"야고보서입니다,"
서기관이 다음 두루마리를 펼쳤어요.
"이 책에 대해 심각한 이의제기가 있었습니다."
한 주교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야고보서 2장을 들어보십시오. '사람이 행함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고 믿음으로만은 아니니라'(약2:24) 이것이 바울의 가르침과 모순되지 않습니까?"
다른 주교가 바울의 로마서를 펼치며 읽었어요.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얻는 것은 율법의 행위로 말미암음이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는다'(갈 2:16) 이 둘이 어떻게 같은 성경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회의실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어요. 이때 늙은 주교 한 분이 천천히 일어났습니다.
"젊은 형제들이여, 야고보와 바울이 정말 반대되는 말을 했을까요?"
그는 두 책을 모두 펼치며 설명했습니다.
"야고보는 '죽은 믿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입으로만 믿는다고 하면서 행동은 전혀 바뀌지 않는 그런 믿음 말이에요. 바울도 갈라디아서에서 '믿음이 사랑으로써 역사한다'고 했지 않습니까?"
아우구스티누스가 거들었어요.
"맞습니다. 바울은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고 했고, 야고보는 '참된 믿음은 반드시 행함으로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이 둘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입니다."
그는 구체적인 예를 들었어요.
"아브라함의 경우를 보세요. 바울은 그가 '믿음으로' 의롭게 되었다고 했고(롬 4:3), 야고보는 그 믿음이 '이삭을 바칠 때의 행함'으로 완성되었다고 했습니다(약 2:21-22). 같은 진리를 다른 각도에서 설명한 것입니다."
젊은 주교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럼 저자 문제는 어떻습니까? 예수님의 형제 야고보가 이런 훌륭한 그리스어를 쓸 수 있었을까요?"
"주의 형제로서 예루살렘 교회를 이끌었던 야고보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더구나 성령의 영감이 함께 하셨다면 말이에요."
야고보서도 이렇게 정경에 포함되었습니다.
요한계시록 - "환상이냐 계시냐"
가장 치열한 논쟁은 요한계시록을 둘러싸고 벌어졌어요.
"마지막으로 요한계시록입니다,"
아우렐리우스 주교가 말했습니다.
"동방교회에서는 아직도 이 책을 의심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한 주교가 우려를 표했어요.
"이 책의 환상들이 너무 기이합니다. 일곱 머리를 가진 짐승, 바다에서 올라오는 괴물들... 일반 신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다른 주교가 더 구체적인 걱정을 했습니다.
"몬타누스파 이단들이 이 책을 악용해서 광신적인 종말론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곧 재림하신다'며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어요."
"게다가 문체도 요한복음과 너무 달라요. 정말 같은 사도 요한이 썼을까요?"
이때 아우구스티누스가 단호하게 일어났습니다.
"형제들이여,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하나님의 계시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는 요한계시록을 펼치며 읽었어요.
"'이 예언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는 자들과 그 가운데에 기록한 것을 지키는 자들은 복이 있나니 때가 가까움이라'(계1:3) 하나님께서 친히 복을 약속하신 책입니다."
그의 목소리가 힘을 얻었어요.
"이 책은 고난받는 교회에게 소망을 줍니다. '볼지어다 내가 속히 오리라'는 말씀이 단순한 시간표가 아닙니다. 어떤 고난 중에서도 결국 하나님이 승리하신다는 확신을 주는 것입니다."
늙은 주교 한 분이 동조했습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대박해 때를 생각해보십시오. 수많은 순교자들이 이 책을 읽으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관을 네게 주리라'(2:10)"
또 다른 주교가 말했어요.
"환상이 기이하다고 하지만, 에스겔서나 다니엘서의 환상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상징적 언어로 영적 진리를 전달하는 것이 예언서의 특징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마지막 논거를 제시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성경 전체를 완벽하게 마무리합니다. 창세기의 잃어버린 낙원이 요한계시록의 새 하늘과 새 땅으로 완성됩니다. 이보다 더 완벽한 끝맺음이 있을까요?"
베드로후서, 요한이서, 삼서, 유다서 - 작은 편지들의 큰 의미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짧은 편지들이었어요.
"베드로후서는 어떻습니까?"
한 주교가 물었습니다.
"문체가 베드로전서와 너무 달라서 의심스럽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답했어요.
"베드로가 서기관을 달리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고, 무엇보다 이 편지의 내용이 중요합니다. '주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벧후 3:8)는 말씀으로 재림 지연에 대한 건전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어요."
"요한이서, 삼서는 너무 짧지 않습니까?"
"길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요한이서는 '사랑 안에서 진리를 지키라'는 메시지를, 요한삼서는 '선한 일에 동참하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어요."
"유다서는 1에녹서를 인용하고 있는데..."
"진리라면 출처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바울도 이방 시인들을 인용하지 않았습니까?"
새벽 6시 - 역사적 결정
길고 긴 밤이 지나고 새벽이 밝아왔을 때, 마침내 최종 투표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럼 최종 정리하겠습니다,"
아우렐리우스 주교가 일어났어요.
"복음서 4권: 마태, 마가, 누가, 요한"
"찬성!"
모든 주교가 외쳤습니다.
"사도행전 1권"
"찬성!"
"바울서신 14권: 로마서부터... 히브리서까지"
"찬성!"
"공동서신 7권: 야고보서, 베드로전후서, 요한일이삼서, 유다서"
"찬성!"
"요한계시록 1권"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찬성!"
"총 27권을 신약 정경으로 확정합니다!"
회의실에 박수가 터져 나왔어요. 아우구스티누스는 조용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긴 논쟁 끝에 이르게 된 이 결정이 당신의 뜻과 합하길 바랍니다."
칙령 36조 - 불멸의 선언
회의 마지막에 채택된 칙령 36조는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정경 서적들: 창세기, 출애굽기... (구약 목록)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 사도행전... (신약 27권 목록) ...이들 외에 다른 어떤 것도 교회에서 성경의 이름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이 선언은 1,6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기독교 교파에서 인정받고 있어요.
419년 - 마지막 재확인
22년 후인 419년, 카르타고에서는 또 다시 공의회가 열렸습니다. 동방교회와의 완전한 일치를 위해서였어요.
"형제들이여,"
새로운 카르타고 주교가 말했습니다.
"22년 전 우리 선배들의 결정을 재검토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어요. 치열한 재검토 끝에 동일한 27권을 재확인했습니다.
논쟁이 남긴 유산
카르타고 공의회의 결정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첫째, 신중함의 가치입니다.
200년 넘게 계속된 논쟁과 검토 끝에 내린 결정이었어요. 성급한 판단이 아니라 충분한 검증을 거쳤습니다.
둘째, 교회의 집단 지혜입니다.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교회 전체의 오랜 사용과 인정을 기준으로 했어요.
셋째, 완전성보다는 확실성을 택했습니다.
의심스러운 것은 과감히 제외하고, 확실한 것만 남겼습니다.
넷째, 다양성 속의 통일성입니다.
27권의 책들은 저자도, 시대도, 문체도 다르지만 모두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한다는 하나의 주제로 통일되어 있어요.
밤새 논쟁한 이유
397년 카르타고의 그 긴 밤, 주교들은 왜 그렇게 치열하게 논쟁했을까요?
그들은 알고 있었어요. 자신들이 내리는 결정이 수 세기, 수천 년 동안 교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에요. 한 권을 잘못 포함시키거나 제외하면 기독교 신앙 전체가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밤을 새워가며 토론했고, 기도했고, 고민했어요.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읽는 신약성경 27권입니다.
히브리서의 깊은 신학, 야고보서의 실천적 지혜, 요한계시록의 종말론적 소망... 이 모든 것이 간발의 차이로 정경에 포함된 것들입니다. 만약 그날 밤 주교들의 결정이 달랐다면, 오늘날 우리의 신앙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에요.
성경 한 권 한 권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치열한 고민과 기도 끝에 우리에게 전해진 소중한 유산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습니다.
그들의 밤샘 논쟁 덕분에 우리는 오늘도 확신을 가지고 성경을 펼쳐들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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